book 진선이 추천책

인트로

책의 제목이 ‘벌거벗은 정신력’이라 뭔 내용일지 짐작이 안갔는데, 영문 제목은 ‘Lost Connections: Why You’re Depressed and How to Find Hope’ 로 Depression에 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극도의 우울함, 혹은 우울증이라고 불릴 정도의 것을 겪어 본 적이 없다. 물론 화나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하는 감정은 있다. 근데 그게 정말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된 적은 없던것 같다. 이런 말을 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심리적으로 극한으로 힘든 상태에서 이겨냈을 때 또 사람이 성숙해지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있어서 사실 우울증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울증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고, 또 우울증에 빠져있는 지인이 있으면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뭘지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Part 1. 당신은 고장나지 않았다.

항우울제는 우울증의 원인을 그 사람에게서 찾는다. 화학적으로 잘못되었든, 유전적으로 잘못된 결과가 우울증이고, 그렇기 때문에 약으로 바로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은 그렇게 단순하고 명확하지 않다. 우리 외부의 고통에 우울의 형태로 반응하는 것이다. 우울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우리는 그 외부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찾아야한다.

Part2.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장애의 원인은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생물’ - ‘심리’ - ‘사회’ 이다.

저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7가지의 원인을 이 장에서 말해준다.

  • 무의미한 노동
  • 무관심한 개인
  • 무가치한 경쟁
  • 무의식적인 회피
  • 무력화시키는 사회
  • 무감각한 환경
  • 무방비한 미래

이 원인들이 정신장애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여러 실험들은 책에 자세히 적혀있다. 내가 느낀 이 원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회나 환경이 우리가 불안하고 우울할 환경을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장류로 진화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원시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고 의지하며 넓은 자연에서 지내는 것이 안정되고 행복한 것이었다. 발전된 지금 사회에서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던 것들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광고는 싸구려 가치를 추구하게한다. 개인화는 공동체로 부터 우리를 단절 시킨다.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일을 계속해나가야한다. 미래는 불안정하다.

이런 사회적, 심리적인 요소들이 우울과 불안을 야기한다.

Part3. 끊어진 것은 다시 연결할 수 있다.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봐보자. ‘당신에겐 어떤 문제가 중요하죠?’ 정신장애는 화학적으로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생에 무엇이 결여되어있는지, 그것을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각자 원인이 되는 문제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극복 방법은 사실 우리가 잃어버린것을 다시 찾는 것이다.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 사회적 환경을 바꿔라. 싸구려 가치대신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하자. 공동체를 형성하라.

이를 위해서 명상, 기도, 인지행동요법(CBT), 혹은 환각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돈은 일정 수준까지 정신장애와 비례하기 때문에 보편적 기본 소득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큰 한걸음은 우선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게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수치심을 말하고 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여준다. 정신장애의 원인은 내 밖에 있는 것이고 이걸 표출하고 공감받는 것 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다.

마무리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건 세가지인 것 같다.

먼저, 우울증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생각해본적은 처음이라, 아는 만큼 보인다고, 주변 사람들이 우울증에 힘들어 할 때 조금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둘째로, 이 책을 읽는 중에 계속 나는 왜 우울하지 않을까 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었다. 나는 내가 주도하는 일을 하고,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 적당히 잘 살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광고를 차단해서인지 싸구려 가치를 크게 추구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외상이 있지도 않다. 또 감사하게도 적당히 안정감을 느낄 소득과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충무로 마피아)이 있다. (외로움은 조금 문제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도 있지만 사실 운이 좋아서 누리고 있는 것들도 많다. 좀 더 미안한 마음으로 배풀면서 살아야겠다.

셋째로, 우울이 아니라 행복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 우울은 행복의 반대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은 우리가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고 회복하는 방법은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 행복해지는 방법의 얼라인을 맞추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몸이 아프면 왜 아픈지 원인을 알아내서 빨리 치료하는 편이 좋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울은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다.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한다.